변호인이 되자 1편
미혼인 척 여성을 속여 결혼 후 억대 돈 사기
이미 결혼하여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한 남성이 미혼인 것처럼 속여 사귄 여성과 결혼식을 한 뒤 억대 돈을 편취 한 혐의로 징역 3년이 선고되었습니다.
당시 위 남성은 40대로써 사업비 명목으로 30대인 여성에게 1억 8,400여만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남성은 자신이 이미 결혼한 사실, 자녀들이 있는 사실, 직업 등을 속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남성을 변호해 보겠습니다.
왜 여성은 남자의 뻔한 거짓말에 속아 돈을 줬을까
피해자인 여성은 자신이 만나고 있던 남성의 본명조차 몰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남성은 자신의 아들 이름을 가명으로 써가며 여성을 만났고 거짓으로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헬스장 기구를 바꾸는데 돈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7년경 남성은 가짜 부모님과 하객들을 동원하여 여성과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고 자신의 통장을 위조하여 잔고 14억 원으로 만들었으며 부인과 자식이 없는 것처럼 가족관계증명서도 위조했습니다.
즉, 피해자인 여성으로서는 남자의 적극적인 거짓말들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 심지어 결혼식도 했고 가족관계증명서까지 보여줬던 점 등이 결합되어 남성을 믿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남성을 변호하다
사실 저는 이와 유사한 사건의 변호인으로 재판을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변호를 하는 방법에는 적극적으로 무죄를 다투거나 혹은 죄를 인정하고 양형 참작을 호소하는 방향이 있는데 과연 이번 사건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 문서위조 등 행위
우선 통장의 잔고나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위조한 행위는 무죄를 다툴 수가 없습니다(물론 증거가 다르다면야 모르겠지만..). 이러한 행위는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 사기
본 사건에서 남성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돈을 변제하지 못했던 것이지 피해 여성과 결혼 생활을 유지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가 직접 변호했었던 형사사건에서도 당사자인 피고인은 위와 같은 주장을 하려고 했습니다.
물론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비록 내가 결혼도 하고 자녀도 있는 몸이지만 너와 평생을 같이하고 싶고 사랑한다"라는 생각이 있을지도 모르고 또한, "내가 비록 헬스장을 운영하진 않지만 직업을 속인 것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할 때 자신의 입장에서 사건을 볼 것이 아니고 재판부의 입장에서 더 나아가 건전한 상식을 갖고 있는 일반인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봐야 합니다.
본 사건을 살펴보면 남성은 자신의 이름부터 신분 등 일체의 것을 숨기고 여성과 교제하였을 뿐만 아니라 가짜 결혼식, 여성을 속이기 위한 통장 및 가족관계증명서 위조 등 행위를 했습니다. 또한, 피해 여성과의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의 출생신고를 미루었고 생활비 지급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점, 피해자 여성 외 또 다른 피해자 여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정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멈췄더라면 민사상 손해배상 등 사건이 될지언정 사기는 안되었을지도 모릅니다만 남성은 여기서 더 나아가 자신이 헬스장을 하는데 필요하다면 돈을 가져갔습니다.
돈을 빌려준 피해 여성의 입장에서 보자면 나와 사랑하는 남성이 우리 삶을 부양하는데 필요한 업으로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고 거기에 필요한 금전이 있으니 빌려준 것인데 만약 위 진실을 알았더라면 금전대여는 없었을 것입니다.
즉, 남성은 여성을 속여 금전적인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이고 실제 피해 여성과 결혼생활을 유지하거나 잘 지내기 위한 노력도 보이지 않는 점 등 사실들을 볼 때 사기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입니다.
이럴 경우 남성 피고인의 변호인으로서는 죄를 인정하고 양형 참작을 변호하는 쪽으로 주장을 하겠습니다.
*단, 기사에 알려진 것과 다른 사실관계들이 있다면 죄를 인정하더라도 다퉈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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