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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 스케치 효자동 삼거리 청와대 사랑채에서 그림을 그리자

일상 STORY

by 장효강변호사 2023. 3. 19.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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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 스케치 여행 효자동 삼거리 청와대 사랑채에서 그림을 그리자

 

어반 스케치 모임을 알게 되다

 

 

평소에도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보통 여유가 있는 시간에 태블릿으로 집 책상에 앉아 이것저것 끄적대며 그림을 그리곤 한다. 뭔가를 창조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는 상황에는 조금 답답함을 느끼곤 한다.

 

그러던 와중 알고 지내던 작가님께서 “밖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임이 있다. 참석할 생각이 있느냐”라는 말을 들었던 것이 기억나서 오랜만에 연락을 드려보았다. “작가님. 혹시 그때 말씀해 주신 그림 그리는 모임 요즘도 하나요? 한다면 참석이 가능한가요?” 작가님에 따르면 매월 1회 토요일 모임이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 참석할 생각이 있다면 나오라고 하신다. 나는 작가님의 제안에 흔쾌히 “감사합니다. 토요일에 뵙겠습니다”라고 하고 금요일 밤 잠이 들었다.

 

평소에 그리는 그림. 보통 촬영한 사진에 끄적거리곤한다. 모델은 길고양이 드릉이

 

어반스케치 모임장소인 청와대 사랑채

 

2023. 3. 18. 어반스케치 모임에 참석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달라?

 

사실 해당 모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나처럼 취미로 그림 그리는 분 4~5인이 모여 가벼운 분위기에서 풍경 등을 그리는 모임 정도로 생각했었다. 실제로 해당 장소에 도착하기 전까지도 그랬고...

모임 일정은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4시까지였는데 사정상 오후 1시에 참석하기로 하고 경복궁역에서 내려서 해당 장소인 청와대 사랑채까지 열심히 걸어갔다.

 

장소에 도착해 보니 놀란 것은 내 생각보다 참여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과(대략 40분 내외로 생각된다) 연령대가 폭이 넓다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자유롭게 풍경을 만끽하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나름 신선한 기분이 들게 하였다.

 

작가님 말씀으로는 이 주변 편한 곳에 자리를 잡고 그리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그리면 된다고 하셔서 눈앞에 청와대와 산이 잘 보이는 정면 부근에 자리를 잡고 앉아 구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청와대 사랑채 앞 그림 그릴 장소를 정했다. 그런데...

 

*작가님께서 감사하게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종이와 붓, 물감을 주셨다.

 

그림 그리기 시작. 스스로에게도 위안이 되다.

 

내 자리에서 정면으로 동상들이 보이는데 사실 이런 풍경화를 그려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동상의 생김새를 그리기가 너무나 곤혹스러워 어쩌면 좋을지 고민했으나 “부담 없이 그리시라”라는 말을 듣고 별생각 없이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느낀 것은 의외로 내가 주위 풍경을 관심 있게 보며 살아가지 않았다는 것과 아직은 날이 상당히 춥다는 것(밖에서 2-3시간을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옷을 가볍게 입고 갔으면 큰 고생을 할 뻔했다), 지나가던 많은 행인분들에게도 조금이나마 기쁨을 줄 수 있었다는 점이다.

* 행인들께서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시곤 즐겁게 웃으며 구경도 하고 한 말씀씩 하시고 가시는데 나도 웃음으로 마주했다.

 

“참 아름답다. 풍경보다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아름답네~”라고 하시며 지나가시는 이름 모를 분의 말씀이 이상하게도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왜일까?

열심히 그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것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그려졌다!

 

옆에서 작가님께서 그림 구도나 색칠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 말씀 주셨는데 사실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그리다 보니 내 눈앞에 있는 풍경과는 다른? 이상한 그림이 나오고 말았다.

내 마음속에서는 날은 조금 쌀쌀하지만 화사하고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이미 칠해진 그림 위로 계속해서 색을 덧칠하자니 작가님께서는 “그러다 종이가 울고 찢어진다”라고 하여 어느 정도 욕심을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림을 그리는 중간중간 몇몇 분들은 서로 아시는 사이인지 반갑게 인사하고 근황을 물으시는데 재밌는 건 대화 주제의 90% 이상이 그림에 대한 것이어서(당연한가?) “아 정말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 모임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나도 좋아서 나온 것이기도 하고..

 

그림의 마무리 그러나 내 그림은 주머니 속에 숨겨두기로 하는데..
 

1시가 조금 넘어서 시작된 그림 그리기는 3시 반쯤 마무리하였고 4시가 되자 회원분들이 그린 그림을 한곳에 모아 전시하고 쭉 둘러보며 구경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분명 같은 공간, 같은 곳을 보고 그린 것인데 그림마다 구도나 분위기 등이 너무 달랐고 실력도 놀라울 정도의 분들이 많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다 보니 내가 그린 그림은 앞에 전시하는 곳에 내놓지 않았는데.. 스스로 생각하기에 너무나 실력이 떨어지는 결과물을 보니 창피하기도 하였고 아직 내놓기에는 부끄럽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을 알았는지 작가님께서는 “신경 쓰지 마라. 저분들은 시간 날 때마다 매일 그리는 분들인데 그렇게 비교할 필요 없다”라고 하셔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는데 그래도 내 그림은 주머니 속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었으니 미안

 

도저히... 꺼낼수가 없었던 내 그림. 미안해

 

너무나 아름답고 놀라운 그림작품들. 같은 공간에서 함께 그려진 것이 맞다.

 

모임의 마무리

 

다 같이 그림을 보는 시간을 보낸 후 단체사진을 찍고 인사를 한 뒤 모임이 마무리되었다. 뭔가 굉장히 쿨한 모임이었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 모이지만 각자 자유롭게 그리고 시간이 되면 함께 그림을 본 후 쿨하게 떠나는 모습. 모임이라면 늘 술자리를 자주 보아서 그런지 “잉?” 하는 생각과 함께 오히려 부담 없어 좋았다.

 

돌아오는 길 작가님께 모임, 그림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음 모임에도 나올 것인지 물어보시기에 시간이 되면 참석하고 싶다는 말을 하였다.

 

늘 방구석에서 끄적대며 그리던 경험에서 벗어나 마주한 풍경은 실상 놀랍고 아름다웠다. 참으로 위로가 되는 하루였으니 감사할 뿐이다.

 

작가님께서 “이렇게 추운 날 밖에서 그림 그리고 집에 들어가면 때로는 바로 기절한다”라고 하였는데 실제로 집에 와서 씻고 기절해서 잠들었으니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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