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강 변호사의 법정 너머, 그들의 이야기
수많은 법정을 거쳐 왔지만, 법원의 높은 기둥 아래 서면 여전히 낯선 이방인이 된 듯한 기분입니다. 햇살 한 줌 들지 않는 차가운 대리석 복도, 숨 막힐 듯 고요한 공간 속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굳은 얼굴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곳은 미지의 세계이자 두려움의 대상일지도 모릅니다. 누구도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을 테니까요.
특히 제가 주로 활동하는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그 웅장함 속에 묘한 위압감마저 느껴지는 곳입니다. 거대한 문을 통과할 때면 누구든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게 되죠. 이곳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저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자신의 운명을 가늠합니다.
"OOO한 이유로 피고는 원고에게 금 OOO원을 지급해야 할 것입니다.“
제 진술이 끝나자 판사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텅 빈 법정을 울렸습니다. 판사는 침묵 속에서 초조하게 손을 움켜쥐고 있던 피고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네... 다 줘야죠... 죄송합니다...“
힘없이 떨리는 목소리. 그녀의 눈빛은 이미 생기를 잃은 듯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피고 측에 OOO 자료만 있다면, 제가 청구한 금액은 조정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남편이 남긴 채무 때문에 홀로 소송을 이어가는 그녀는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운 듯 보였습니다. 변호사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죠.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서는 길, 자꾸만 그녀의 뒷모습이 눈에 밟혔습니다. 잠시 망설이다 용기를 내어 그녀를 불러 세웠습니다.
"저, 조금 전 재판했던 장효강 변호사입니다.“
그녀가 경계하는 눈빛을 거두고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혹시 OOO와 관련된 자료 가지고 계신가요? 그 자료들이 있다면 제가 청구한 금액이 변동될 수 있습니다. 남편분이 하신 일이라 잘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혹시 찾아보시고, 괜찮으시면 법원에 제출해주세요.“
다행히 그녀는 제 말에 귀 기울여 주었습니다. 마치 어린 학생처럼 "알겠습니다. 찾아보고 꼭 제출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에 안도감이 밀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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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사소한 오해, 작은 갈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요즘 인터넷에서는 "절대 먼저 사과하지 마라"라는 말이 마치 중요한 생존 법칙처럼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래야 할까요?
얼마 전부터 '응답하라 1988'을 보고 있습니다. 그 시절, 골목길에 옹기종기 모여 살던 사람들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힙니다. 저녁이면 삼삼오오 모여 웃고 떠들던 골목길,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던 따뜻한 눈길들. 지금처럼 온라인으로 손쉽게 연결되는 세상은 아니었지만, 퇴근길에 가볍게 소주 한잔 기울이며 위로를 건네던 그 시절의 정겨움이 그립습니다.
법정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대부분 두려움과 긴장이 가득합니다. 그들의 눈빛은 말 못 할 고통과 씁쓸한 체념, 때로는 복잡하게 뒤엉킨 감정들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하려 노력하지만, 때로는 법률적 판단을 넘어 인간적인 위로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법은 감정이 없다"고들 하지만, 법을 다루는 저 역시 사람입니다. 의뢰인의 아픔을 외면한 채 차가운 법 조항만을 들이댈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따뜻한 커피 한 잔, 때로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주 한 잔이 법전보다 더 큰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사건을 승소로 이끄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의 삶에 작게나마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변호사라는 직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작은 바람입니다.
#장효강변호사 #변호사 #변호사일상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중앙로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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