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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 꿈을 앗아가는 그림자: 장효강 변호사의 기록

법 STORY

by 장효강변호사 2024. 6. 1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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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만기인데... 보증금은 어쩌죠?"

 

이 한숨 섞인 질문은 이제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도시 곳곳에서 번져가는 전세 보증금 문제는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에게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전세 사기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변호사인 저에게도 이 문제로 도움을 청하는 손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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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 기사식당 골목, 보증금 30만 원의 무게

 

임대차계약 중 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사건들을 하다 보면 저의 옛 시절이 생각납니다.

변호사가 되기 전, 가진 돈이라고는 500만 원뿐이던 시절, 서울 동교동의 지하 작은 원룸 월셋방 그곳에 제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멋진 공원과 카페들이 즐비한 곳이지만, 당시에는 황량한 공사판과 기사식당들만 가득했죠. 월세 35만 원조차 버거웠던 저에게 500만 원은 정말 큰돈이었습니다.

 

동교동의 기사식당 골목을 기억하시는 분 있나요?

그 골목길을 지나 낡은 계단을 내려가면, 햇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지하 방이 있었습니다. 좁은 방에 침대와 책상, 낡은 냉장고가 전부였지만, 그곳은 제게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작은 우주였습니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이사를 가는 날, 저는 없는 살림에 주스 한 병을 사 들고 윗집 주인 할머니를 찾아갔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말이죠. 하지만 며칠 뒤, 돌려받은 보증금은 470만 원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벽지가 낡았다, 보일러 수리를 해야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돈을 제하고 주셨더군요.

당시에는 30만 원이 너무나 아까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변호사가 된 지금, 저는 수많은 임대차 분쟁을 접하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30만 원이라는 돈 조차 이렇게 기억에 남는데 수억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출처:  https://korean.visitseoul.net/tours . 지금은 연트럴파크라고 불린다. 내가 살던 시절에는 기사식당골목 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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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뜨거운 공기, 그리고...

 

세월이 흘러 변호사가 된 지금, 저는 수많은 세입자와 집주인의 사연을 마주하며 만감이 교차합니다. 소송을 하는 것만이 최선의 해결책일까요? 당사자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오늘도 재판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갑니다. 후끈한 열기와 무겁게 짓누르는 법원 공기는 저를 더욱더 지치게 만듭니다.

 

"조금은 해결되었을까요?“

 

저는 답답한 마음을 삭이며 혼잣말을 합니다.

법정에서의 승리는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승리가 과연 당사자들에게 진정한 해결책을 가져다주는 것일까요?

저는 오늘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답답한 마음을 저녁의 시원한 바람에 맡겨 날려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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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강변호사 법률사무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중앙로 156

 

 

안녕하세요. 서초동에서 변호사 일을 하는 장효강입니다.
법률 전문가로서의 삶 외에도,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발견했습니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작은 즐거움과 공감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세보증금 #변호사 #일상 #연트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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