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변호사의 조금은 솔직하고 인간적인 이야기

 

#성범죄변호사 로서의 조금은 솔직하고 인간적인 이야기

 

오늘은 #성범죄사건 변호사로서 조금은 인간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성범죄 사건을 상담하러 오는 의뢰인들을 마주할 때면 "참 억울하겠다"거나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억울한 경우는 의뢰인이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고소를 당해 앞으로 험난한 과정이 예상될 때이고 반대로, 의뢰인이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증거상 불리한 위치에 있을 때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변호사도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 의뢰인과 상담할 때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기에 급급할 때가 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사건을 살펴보니 불리한 점이 많다면 "힘들겠다"고 말하고 싶은 순간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 의뢰인은 "이거 무죄 나온다"고 장담하는 다른 변호사를 찾아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고민에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얼마 전 OO 변호사가 쉽지 않은 사건에 대해 "이길 수 있습니다. 걱정 마세요"라고 장담하며 사건을 수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의뢰인의 마음이 어떨지 궁금했다. 그저 자신을 믿어줬다는 이유로 만족할지, 아니면 변호사에게 속았다며 분통을 터트릴지 말이다.

 

때론 의뢰인분들이 내 의견에 반대하며 날 설득하려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법률 전문가로서 사안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기에 무조건 의뢰인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는 YES맨이 될 수는 없다. 실제 판단은 법원이 할 것인데 자신의 욕심대로 사안을 납득시키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리한 점을 어떻게 방어할지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을 계약할지 말지는 아주 미묘하고도 중요한 순간이다.

의뢰인이 성범죄를 했는지 아닌지는 당사자들만이 알겠지만, 내가 섣불리 판단하고 선입견을 가지는 것은 오만한 생각일 수 있다. O 변호사의 말처럼 "우리는 의뢰인을 믿고 검찰이 유죄로 판단하기에 충분한 입증을 했는지를 다툴 뿐이다"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무조건 의뢰인의 말에 동조하는 것도 내 방식은 아니다. 사건과 관련한 증거들을 종합해 봤을 때 사건이 유리한지 불리한지, 무죄를 다툴지 아니면 합의나 반성으로 진행할지 판단해야 하고, 그에 따라 사건의 진행 방향을 의뢰인에게 제시해야 한다.

 

X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A, B, C 방법이 있는데 선택하라"고 말한다고 하는데, 의뢰인 입장에서는 어떤 선택이 가장 좋은지 알 수 없으니 참 이상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변호사라면 각 방안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상황에 맞는 방향을 제시해줘야 할텐데... 내가 성범죄사건을 상담하러 온 의뢰인 이라면 "뭐가 제일 좋은 방법인데?"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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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변호사로 선임하여 사건을 맡긴다면 큰 영광인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모든 사건을 수임할 수는 없는데, 실제로 매월 여러 건의 사건을 거절하고 있는 나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무엇일까?

 

소송이나 수사 절차는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이 걸린다. 이 긴 시간 동안 함께 싸워나가야 할 의뢰인은 파트너이며, 그 시간만큼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하지만 나와 의뢰인간 합이 맞지 않거나 견해나 가치관이 너무 다르다면, 아무리 높은 보수를 준다고 해도 마음이 맞지 않는 사건은 정중히 거절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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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의 고통만큼은 아니겠지만 사건을 대하는 내 마음도 싱숭생숭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평일에는 쉴 새 없이 일하지만, 주말에 집에서 빈 시체처럼 누워 있을 때면 나 역시 무의식 중에 사건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느끼는데 이것이 내 삶에 제법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닫기도 한다

 

이번 주 내가 맡은 성범죄 사건이 무혐의 처분으로 마무리되었다. 한 시름 놓게 되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 졌는데, 의뢰인의 마음도 조금이나마 덜어졌으면 좋겠다.

 

글을 마치며 변호사로서 앞으로도 의뢰인과 신뢰를 쌓고 솔직한 조언을 드릴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자 한다. 무혐의 결정을 받았을 때의 기쁨과 안도감을 기억하며, 앞으로도 의뢰인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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