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현지조사 이후 내려지는 요양급여 환수 처분과 거짓·부당청구 관련 처분에 대하여, 의사와 의료기관의 대리인으로서 제기한 취소소송에서 얻은 실무의 결을 기록합니다.

오늘은 법조문을 잠시 덮고, 소송이 내게 남긴 감각을 적는다. 커피가 식는 속도와 서류가 쌓이는 속도를 나란히 놓아 보면, 세상은 내 계산보다 조금 느리고, 더 묵묵하다.
소송은 상대가 있어야 한다. 내가 마주하는 이름은 대개 사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같은 행정청이다. 규모는 말할 것도 없고, 데이터와 자원은 깊고 길다. 재판정에 서면 종종 생각한다. 내가 상대하는 것은 의견이 아니라 관성인지도 모른다. 관성은 친절하지 않다. 다만 오래 간다.
이런 사건이 법원까지 오를 즈음이면, 의사와 의료기관은 이미 현지조사를 견디고 행정처분 통지서를 받아든 뒤다. 행정심판을 거쳤든 건너뛰었든, 뜻한 결과를 얻지 못해 결국 법정으로 올라온다. 법률의 언어로는 ‘절차’라 부르지만, 당사자에게는 일상과 평판—때로는 생존—의 문제다.
하지 않은 진료를 한 것처럼 급여를 청구했다는 의심. 행정청은 6개월에서 3년의 기간을 정해 수진자 명단을 뒤지고, 부당금액을 특정한다. 법은 입증책임을 행정청에 둔다고 말한다. 말은 종종 옳다. 그러나 실무는 종종 다르게 움직인다. 한 번 ‘거짓’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그 꼬리표가 거짓이 아님을 설명하는 일은 대개 의사의 몫이 된다. 말의 주어와 현실의 주어가 서로 다른 때가 있다.
여기서 곤란이 시작된다. 급여청구를 하려면 의사는 EMR 프로그램(예: ‘의사랑’)에 진료내역을 입력해야 한다. 기록은 늘 있다. “진료를 했다”는 코드와 숫자,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런데 재판에서는 그 기록 바깥의 것을 다시 증명하라 한다. 같은 진실을 다른 말과 다른 증거로 반복해 내놓는 일. 생각보다 버겁다. 기록은 말이 적고, 진실은 맥락이 길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행정청이 제출하지 않은 자료들을 모아 법정으로 가져온다. 차트 원본, 장비 로그, 예약 기록, 통화 내역, 현장 사진. 제출된 증거의 빈틈을 짚고, 논리의 약한 부분을 탄핵한다. 이 과정은 보통 8-10개월, 길면 1년 반을 넘긴다. 시간이 길어지면 종종 재판부가 바뀌고, 행정청의 소송수행자도 바뀐다. 그 사이 서면은 쌓이고 논점은 미세하게 변한다. 2-3년이 지나 항소심에 이르면,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은 사람은 나뿐일 때가 많다. 시스템은 순환하고, 당사자는 소진된다. 나는 그 사이를 붙잡고 서 있다.
당사자인 의료인들은 시작할 때 심장이 빨리 뛴다. 거짓청구가 형사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은 문장 하나로도 충분히 무겁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표정이 달라진다. 절차의 길이를 알게 되고, 호흡을 배운다. 이완이라기보다는, 견딜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한다. 나는 그 변화를 옆에서 본다. 조용히, 때로는 두서없이, 그러나 분명히.

상담, 서면, 의사소통, 재판—모든 단계를 내가 한다. 의뢰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편이라 더 바쁘다. 로펌에 있을 때는 의뢰인이 담당 변호사와 직접 연락하는 일이 드물었다. 사무장이나 직원이 사이에 있었다. 지금은 그 장벽이 없다. 대신 하루가 짧고, 새벽이 빨리 온다. 불편함을 알면서도 이 방식을 선택한 건, 사건의 무게가 결국 얼굴과 목소리에서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긴 싸움 끝에는 결과가 나온다. 이기면 다행이고, 지면 뒷일을 정리해야 한다. 수용할지, 항소할지, 항소한다면 무엇으로 다툴지 다시 사건을 펼친다. 이겼다고 해서 곧 끝나는 것도 아니다. 행정청이 항소하는 경우가 많다. 법리의 결론은 명료할지 몰라도, 싸움의 끝은 대부분 흐릿하다. 소송은 누가 옳았는지보다 누가 끝까지 서 있었는지를 묻는 시간 같다.
영진약품의 자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수 개의 의료기관과 의사들을 자문 및 대리하고 있지만 사실 의료사건과의 만남은 작은 우연이 겹쳐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게 지내온 시간이 12년째가 되었다. 원하는 대답을 가져온 날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었다. 지금도 매주 두세 곳에서 의료인을 만나고, 매달 새로운 사건을 연다. 같은 유형의 사건이라도 사람과 맥락이 바뀌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나는 매번 처음처럼 메모를 만든다. 같은 질문을 다시 묻는다. 이 일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그러나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두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 균형은 대개 잠깐만 잡힌다. 그래서 다시 잡는다.
법은 원칙을 말하고, 실무는 절차를 말한다. 국가의 데이터는 오래 기억하고, 개인의 기억은 빨리 지워진다. 그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다만, 오늘 내가 쓰는 한 문장, 오늘 내가 하는 한 통의 전화, 오늘 내가 보내는 한 장의 서면이 의뢰인에게 쓸모 있기를 바란다. 거대한 시스템의 속도에 휩쓸린 사람에게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감각을 잠시라도 건네는 일. 그게 내가 맡은 몫이라고 생각한다.
늦은 밤, 스탠드 불빛이 종이 가장자리를 얇게 덜덜 떤다. 외풍이 있나 싶어 창문을 만져 본다. 서류철을 정리하고, 내일 가져갈 판결문에 밑줄을 그으며, 나는 문득 생각한다. 어떤 싸움은 오래 간다. 사람은 바뀌고, 계절이 돈다. 그러고도 한 사람은 끝까지 남는다. 내일도 나는 법원에 선다. 싸움은 오래가고, 의미는 조용히 남기를 바라면서.
의료법, 제약산업 분쟁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사건의 본질을 재구성하여 싸움의 판을 바꾸는 전략을 추구한다.
사무소 위치: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 156 블루원빌딩 (교대역)
이메일: hyokanghell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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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Author | 장효강
장효강은 의사, 약사의 경력을 위협하는 법적 분쟁의 중심에 서 있다. 그의 변론 철학은 주어진 사실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프레임 자체를 재구성하여 싸움의 판을 바꾸는 데 있다. 그는 이기는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닌, 이길 수 있는 싸움을 '만드는 것'이 전략가의 역할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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